북한이 지난 14일 시험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가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이 평가한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미 NBC뉴스는 1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리 2명의 말을 인용해 KN-17(화성-12)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이 통제된 상태에서 이뤄져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전소되지 않았다며, 이는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한국 국방당국의 평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앞서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북한이 '화성-12'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스커드미사일(사거리 500∼1천㎞)과 노동미사일(사거리 1천300㎞)의 재진입 기술은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보다 사거리가 긴 미사일의 재진입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은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더 빠른 속도로 더 높게 치솟으며, 이에 따라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탄두가 견뎌야 하는 열과 마찰도 크게 증가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에는 탄두가 대기권 재진입시 7천∼8천℃ 가량의 고열을 견디며 골고루 깎여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삭마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미 NBC보도는 '화성-12'가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는 근거로 '전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이는 충분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일 "미사일이 타지 않고 대기권을 통과해 바닷물에 떨어졌다고 해서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내부의 핵탄두 기폭장치를 보호하지 못했다면 이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화성-12'를 발사 당시 "대기권 재진입 실험은 실시했으나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하진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미 군당국도 이번 '화성-12' 시험발사의 정확한 데이터까지 확보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북한의 IRBM 재진입 기술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5일 화성-12 시험 발사 사실을 전하면서 "가혹한 재돌입환경 속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하였다"며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기술과 관련, 추진 시스템과 단 분리 기술 등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어서 재진입 기술만 확보하면 ICBM은 완성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이 ICBM 기술을 확보하면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의 선택지도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어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